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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민 연매협 회장,"매니저들의 매니저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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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매협 작성일15-04-21 11:24 조회10,9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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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락부락한 외모의 씨름 선수 출신 경상도 사나이인 손성민(48)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 제4대 회장이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체육지도자를 꿈꿨고 한때 씨름 창단팀을 우승시켜보기도 한 그는 배우인 친형의 일을 도우려 당시로는 생소하던 직업인 매니저로 1992년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배우 신윤정, 김보성의 로드매니저부터 시작해 그동안 심은하, 최지우, 고 장진영, 박지윤, 이하나 등의 신인을 톱스타 반열에 올렸다. 장동건 현빈 등 미남 스타들의 소속사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손 회장이 이끌고 있는 연매협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로 2007년 설립해 현재 250여개 회원사 500여명의 회원, 1500여명의 배우들이 소속돼 있다. SBS ‘별에서 온 그대’를 계기로 한류열풍이 재점화됐고 극중 외계인이자 천송이(전지현)의 ‘도매니저’로 활약한 김수현의 폭발적인 인기 만큼 매니저의 위상도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연매협 사무국 직원이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된 뒤 새 집행부의 회장직에 올랐고 오는 7월29일부터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제가 본격 적용돼 어느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최근 비오비(bob)코리아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매니지먼트사를 선보이겠다는 손 회장을 서울 신사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2009년 스타를 육성한 경험담을 담은 책 ‘스타:누구나 스타를 끔꿀 수 있지만, 아무나 스타가될 수는 없다( 이가서)’를 출간한 그는 자신을 천생 매니저라 지칭하며 구수한 입담을 펼쳤다. 

 
◇연매협 회원들에게 신뢰회복이 최우선 
-올해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연매협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오는 7월28일까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연예기획사는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4년 이상의 매니저 경력과 독립된 사무실 공간을 갖추고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해야 연예기획사를 할 수 있어 이 부분이 좀 아쉽다. 공인중개사의 경우 자격증이 있으면 부동산사무실을 할 수 있는데 일단 사무실을 차리면 자격증을 주겠다는 식이 아닌가. 20~30년씩 오랫동안 매니지먼트사를 한 사람도 사무실이 없으면 매니지먼트사를 안한 게 된다. 사실 4년 이상의 매니저 경력만 갖고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연매협에서는 경력 4년 이상에 기존 회원 4인의 추천을 받으면 이사회에 추천인들과 함께 참석해 협회 임원진 17명의 자격심사를 거쳐 준회원 자격을 주고 이후 10년 이상 경력이 돼야 정회원이 되는 등 엄격하게 선별한다. 매니저 자격증제를 먼저 도입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연예계 기획사를 이끌고 있는 연매협,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매니저 직업이 국가로부터 ‘공인’받는 셈 아닌가. 
매니저를 처음 할 때는 매니저라는 직업을 인정안해줬는데 지금은 백과사전에도 연예인 매니저라는 직업이 나오고 내 직업에 대해 인정받는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다. 점점 매니지먼트사가 기업화돼가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직업에 비해 근무형태가 불안정하다. 출근시간은 정할 수 있지만 퇴근은 못정하지 않나. 매니저가 된 후 휴대폰을 끄고 살아본 적이 없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몰라 잘 때도 무음으로 켜놓고, 해외로 휴가를 가도 휴대폰은 늘 켜 둔다. 남을 대신해서 알리는 직업이다 보니, 좋은 일일 땐 매니저가 안보여도 나쁜 일에는 매니저가 거론돼 안타깝다. 매니저라는 직업이 보호받고 인정받는데 일조하고 싶다. 지금도 시간은 있으니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제를 효율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문광부 측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심사위원에 우리 연예계쪽 사람이 포함돼야 할 것 같다.  

 
-최근 드라마 출연료를 미지급한 드라마 제작사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5년 전후해 회원사가 출연료를 못받은 액수가 30억~40억원이 된다. 제작사가 많이 생기다 보니 탄탄한 제작사가 아닌, 프로듀서 위주의 제작사들도 많아져 주연급 배우들도 출연료를 못받기도 한다. MBC 드라마넷 ‘태양의 도시’는 스태프 임금과 배우들 출연료를 아예 지급하지 않아 앞으로 연매협이 나서서 임금 체불 불량 제작사 및 제작자의 실명공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한국연기자노조,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과 공조를 통해 사회적으로 공론화도 하겠다. 시청률이 저조해 제작사가 망하면 폐업하고도 제작이사 프로듀서는 딴 데 가서 제작사를 차려 출연료 미지급 행태가 반복되곤 한다. 협회에서 출연료 미지급한 제작사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공문을 보내면 해당 제작사가 새 드라마를 제작하려면 미지급 출연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회장이 되기전 상벌조정윤리위위원회(이하 상벌위)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2007년 연매협이 사단법인으로 시작하면서 2008년 1대부터 협회 일을 해왔다. 상벌위원회는 매니지먼트사를 하면서 법정으로 갈 일을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많이 한다. 가장 분쟁이 많은 게 소속사 이탈이다. 법적으로 가면 변호사와 판사입장에서만 판단하겠지만 매니저 경력 10년 이상의 정회원 13명이 검토해 그동안 400여건을 해결했다. 어느 순간 서류만 봐도 알 정도가 됐다. 그렇다고 상벌위가 매니저의 입장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명칭 때문에 벌만 주는 곳인 줄 알지만 상도 주고 조정이 가장 중요하다. 업계 상도덕상 상식선에서 정리하면 된다.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에 가장 많은 게 입장과 생각의 차이다. 매니저 입장에선 내가 키워줬다고 생각하고 연예인은 ‘나한테 연락이 다와서 내가 했다’고 여긴다. 특히 신인 때와 스타가 됐을 때 차이를 인정해주고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가 많다. 요즘 황당한 건 자신의 친구 배우와 비교하며 ‘걔는 (스타가)되는데 왜 나는 안되나. 나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연매협 회원사들은 계약금 제도를 없애 계약금을 안줬으니 나갈 때도 자유로울 거라 생각하지만 2009년 도입한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손해배상 위약금 조항이 있다. 부모들이 먼저 소속사를 나가자고 부추긴 뒤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계약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프로간의 약속인데 계약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회장으로서 올해 숙원사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회원들에게 신임을 얻는 게 가장 큰 일인 것 같다. 믿음과 신뢰를 쌓고 나면 부가사업은 다 따라가는 것 아닌가. 열린 마음으로 협회를 이끌고 협회가 주가 되는 사업을 하고 싶다. 연매협 주관으로 3년째 하는 드라마시상식인 ‘에이판(APAN)스타어워즈’가 인정받는 시상식이 됐으면 좋겠고, 올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에이판 스타로드도 하고 싶다. 특히 봉사활동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연예인마라톤대회, 연예인과 매니저가 같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 등을 모색하고 있다.  
 
◇스타와 매니저는 부모자식이나 부부사이 
-톱스타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과거 함께 했던 연예인의 최근 활약상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처음 한 두명일 때는 상처가 많았다. 정말 만감이 교차했는데 그런 배우 수가 늘어날 수록 둔감해지더라. 될 수 있도록 좋은 기억만 하려고 한다. 생각 차이로 헤어지는 거여서 처음 경험할 때는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헤어질 때가 돼서 헤어졌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은 매니저(회사)가 약해보이면 떠난다. 자기 중심으로 일을 해주냐, 안해주냐를 중요시하고 신인에서 스타가 됐다고 했고 내 입장에선 그대로 똑같은 연예인인데 연예인은 ‘밖에 나가면 대우해주는데 왜 나를 인정안해주나’라는 얘기를 할 때가 많다.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는 부모자식이나 부부 같다. 내 자식이 고등학교를 다니다 대학가서 취직했다고 막 애정을 표현하진 않지 않나. 부부는 무촌이라 혼인신고(계약)했다가도 헤어지면 남인데 남에 대해 걱정하면 스트레스가 된다. 요즘 tvN ‘꽃보다 할배-그리스편’에 나오는 최지우는 과거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 KBS 드라마 ‘첫사랑’ 때 첫 CF 계약을 하고 내게 새 차를 사줬다. 당시 중고차 한대를 300만원 주고 사서 수리비만 400만원이 드는 등 고생했는데 그걸 보고 차를 한대 뽑아주더라. 하하.

-매니저를 하며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인가. 
수없이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때도 많았지만 반대로 열정도 많이 생겼다. 내 배우를 아무도 모르다가 대중에게 알려 스타가 될 때가 정말 뿌듯했다. 내 연예인을 남들이 인정해주고 연예인이 ‘당신이 최고야’ 할 때의 보람 때문에 지금까지 매니저 일을 하고 있다. 배우들이 상을 받으면 정말 기쁘지만 수상소감에 내 이름을 빠뜨리면 서운하다. 매니저는 누구나 다 그렇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감동깊게 봤다. 톰 크루즈가 한물간 망나니 미식축구선수를 키워 그가 톱스타가 됐을 때 인터뷰에서 수백명의 카메라를 다 치우라고 한 뒤 톰 크루즈에 대한 고마움을 말하는데 그걸 뒤에서 듣고 벽에 기대어 씩 웃는 톰 크루즈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나도 저런 매니저가 돼야 겠다’고 늘 꿈꿨다. 

-연매협 회장이 된 뒤 새 매니지먼트사 대표도 됐다. 앞으로 계획은.
매니저는 사업가가 아니라 연예인 만드는 작업을 더 많이 하는데 다른 사업도 같이 하다보니 경영악화도 됐고 그동안의 실패 경험을 통해 많이 깨닫기도 했다. 나는 매니저이지 사업가는 아니었구나 하고. 기업인이라기보다 매니저 손성민라는 말을 더 듣고 싶다. 내 경험을 토대로 매니저들의 매니저를 하고 싶다. 매니저로서 전성기는 30대 중후반이라고 본다. 야구선수로 비유하자면 내가 지금 류현진은 아니고 선동열 감독 쯤 되는 것 같다. 지금 당장 150㎞를 던질 수는 없지만 좋은 매니저 후배들을 양성하고 바른 길로 인도해줘 그들이 훌륭한 매니저가 되면 매니지먼트산업도 발전하지 않을까 한다. 
연매협도, 새 회사도 조직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연매협 회장 임기동안 조직시스템을 구축해 임기가 끝나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 ‘좋은 선배였다’는 말을 듣고 싶다. 새 회사는 매니저 후배들이나 같이 하는 연예인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회장 선거때 회원들에게 ‘아직은 부족한데 회원들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약속한 걸 꼭 지키겠다. 또 프로야구의 FA제도를 연예계에도 도입하는 걸 꼭 해보고 싶다. 5년 이상 신인을 키운 걸 계약기간 후 다른 소속사로 옮길 때 이적료로 인정해주는 룰을 만들었으면 한다. 한류바람이 불면서 매니저라는 직업이 관심을 받고 있는데 전문 직업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