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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매협 작성일18-01-02 15:50 조회5,900회본문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류의 중심인 연예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 10년간 한류의 발전으로 일부 업종은 처우가 개선됐지만 아직도 대다수 방송·연예 관련 직업군은 1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게 현실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없이 여전히 ‘열정페이’를 지불하며 허덕이고 있다.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로 일했던 A씨. 지방이 고향인 A씨가 처음으로 받은 월급은 세전 100만원이었다. 2017년 법정 최저임금 6470원을 월급(주 40시간·월 209시간)으로 환산한 135만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처음 작가로 채용됐을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도 급여에 대해 고지받지도 못했다.
출근은 오후 2시. 퇴근은 8~9시 정도였지만 사무실에서는 회의만 진행했고 실질적인 대본작업 및 아이템 제출은 퇴근 후 재택근무로 이어졌다. 녹화는 밤늦게 끝났지만 택시비를 지원받는 건 언감생심. 늘 막차를 향해 뛰어야만 했다.
A씨는 “취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조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A씨는 자신은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말한다. A씨는 “나는 방송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월급이 밀리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 노동시간도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외주제작사 막내 작가로 일하는 동료들은 나보다 장시간 일하고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 그마저도 떼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3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작가유니온 준비모임이 644명의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53.1%가 1년 총수입이 1000만원 이상~20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53.8시간(메인 46.7시간, 서브 55.1시간, 막내 55.7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인 40시간을 훌쩍 넘기는 수치다. 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인 탓에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A씨는 최저임금이 올라도 작가 세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방송사의 제작비는 한정적이고 연예인에게 높은 출연료를 지급한 뒤 프리랜서 직군들에게 분배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A씨는 “한번은 함께 일하던 동료 막내작가가 그만뒀는데 PD가 ‘길에 나가면 발에 차이는 게 막내작가’라고 말해 충격받았다”고 전했다. 작가를 동료가 아닌 대체가능한 소모품으로 여기는 것이다.
A씨는 “작가군뿐만 아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카메라, 조명, 분장 등 대부분의 프리랜서 직군 중 막내들은 비슷한 처우를 받는다”며 “연예인 1인에게 지급하는 출연료 중 100만원만 프리랜서 막내들에게 분배해도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방송작가유니온 준비모임의 이향림 작가는 “작가직군에 맞게 합리적이면서도 탄력적인 노동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연예인 매니저, 한류 영향으로 근무조건 상승됐지만 빈익빈부익부
연예인 매니저는 연예계의 대표 3D직업군이다. 10년 전만 해도 막내급인 일명 ‘로드매니저’의 월급은 100~130만원 남짓이었다. 연예인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도 살인적이었고 졸음운전 사고도 빈번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한류의 발전과 더불어 업계의 자정 노력으로 조금씩 노동환경이 개선됐다.
현재 중대형 연예기획사의 매니저 초봉은 대략 180~220만원 남짓이다. 근로조건도 탄력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이를테면 연예인의 촬영 스케줄 때문에 밤샘을 한 경우 다음날은 근무를 쉬게 하는 등 유연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SM·YG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형기획사는 매니저들의 근로환경이 개선됐지만 영세한 1인 기획사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회사가 영세할수록 연예인의 활동으로 인한 매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행사와 행사시간 간격을 짧게 잡아 시간에 맞춰 행사장에 가기위해 과속해 과태료를 부가받거나 주차위반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몇몇 기획사는 이를 매니저 개인의 부담으로 떠맡기기도 한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의 손성민 대표는 “매니저의 근로조건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직업환경이 열악한 건 사실이다. 연매협에서 회원사들에게 매니저 근로환경을 권고할 수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며 “250개 회원사 중 200개사는 악조건 속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정부가 대중문화펀드를 조성할 때 매니저 복지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를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 조금씩 개선 움직임…국가기관 개입도 필요
연예계 복수 취재원들의 발언을 종합하 최저임금 인상은 연예계와 상관없이 돌아갈 전망이 크다. 업계 전반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제작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씩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기도 한다. 방송가에 따르면 CJ E&M이 최근 프리랜서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사망한 ‘혼술남녀’ 이한빛 PD 사건과 관련한 유가족과 대책위원회에 약속한 9가지 개선과제를 이행하기 위함이다. CJ E&M 측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이로 인해 프리랜서 인력에 대한 처우가 조금씩 개선된다면 고무적인 현상이다.
방송·연예인력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가 단순히 임금소폭인상으로만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송용한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표준계약, 근로기준법 등 명확한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관행에 따라 인력을 고용하는 게 문제”라며 “왜곡된 연예계 노동시장에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또 스타산업 시스템의 폐해와 관련해 “스타 1인이 전체제작비의 일정부분 이상을 지급받지 못하게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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